처음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린다.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다른 사람이 다시 공유한다. 유튜브 영상이 만들어지고, 뉴스나 SNS에서 계속 언급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다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런가 봐.”
그런데 처음 그 이야기를 꺼낸 사람도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면 어떨까?
이처럼 어떤 주장이나 정보가 반복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것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현상을 가용성 폭포(Availability Cascade)라고 한다.
가용성 폭포란 무엇일까?
가용성 폭포는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반복해서 접하면서 그 정보가 점점 더 중요하고 사실인 것처럼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작은 이야기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고, 다시 전달하고, 미디어에서 반복해서 다루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그 정보를 믿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또 더 많은 사람이 믿게 된다.
이렇게 정보가 반복되면서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것이 바로 가용성 폭포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
1. SNS에서 시작된 소문
누군가 SNS에 특정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린다. 처음에는 몇 명만 본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제품 문제가 있다더라”라고 공유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도 관련 글을 올리고, 영상까지 만들어진다.이제 그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까지 “그 제품은 문제가 많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하나의 주장에 불과했지만, 반복적인 노출이 그 주장을 점점 더 사실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2.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
“어떤 음식은 몸에 아주 좋다.”
“어떤 음식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믿기 시작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말한다는 것과 과학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반복되는 정보가 신뢰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3.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이미지
어떤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사건이 몇 차례 보도된다. 사람들은 그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그 지역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그곳은 위험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다. 한두 개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면서 지역 전체에 대한 판단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4. 주식이나 투자 열풍
SNS에서 어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계속 올라온다. 유튜브에서도 같은 종목이 언급되고, 커뮤니티에서도 사람들이 그 종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도 계속 접하다 보면 “이 주식이 정말 좋은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그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갖는다.
이렇게 정보와 관심이 서로를 키우는 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가용성 폭포에는 가용성 발견법과 비슷한 심리가 작용한다.
사람은 자주 접하는 정보를 쉽게 떠올린다. 그리고 쉽게 떠오르는 정보는 실제보다 더 중요하거나 흔한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또 하나의 심리가 더해진다. 바로 다른 사람들도 믿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말하는데 설마 틀렸겠어?”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서 개인의 믿음이 집단의 믿음으로 커진다.
가용성 폭포가 무서운 이유
가용성 폭포의 가장 큰 문제는 처음 정보가 정확한지와 상관없이 정보가 스스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 하나였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관심이 커지고, 관심이 커지면 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콘텐츠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더욱 쉽게 그 정보를 접한다. 결국 사람들은 “많이 들어봤으니까 사실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많이 들었다는 것은 그 정보가 많이 퍼졌다는 뜻이지, 반드시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가용성 폭포에서 벗어나는 방법
첫째, 많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반복과 진실은 같은 것이 아니다.
둘째, 처음 정보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확인해 보자. 수많은 글과 영상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결국 하나의 출처를 반복해서 인용하고 있을 수 있다.
셋째, 반대되는 정보도 찾아보자. 내가 이미 믿고 있는 주장과 다른 의견을 함께 살펴보면 정보가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넷째, ‘사람들이 믿는다’와 ‘사실이다’를 구분하자. 많은 사람이 믿는 것은 사회적 현상이고, 실제로 사실인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문제다.
글을 마치며
인터넷과 SNS 시대에는 가용성 폭포가 더욱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누군가 올린 하나의 글이 수천 번 공유되고, 하나의 영상이 수백만 번 조회되면서 순식간에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정보는 실제보다 훨씬 중요하고 확실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여러 번 접하게 된다면 잠시 멈춰서 이렇게 질문해 보자.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서 계속 보이는 걸까, 아니면 계속 보이기 때문에 사실처럼 느껴지는 걸까?”
이 질문 하나만 기억해도 가용성 폭포에 휩쓸리지 않고 정보를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다.
심리학 공부 좀 더 해볼까?
가용성 발견법(Availability Heuristic) – 쉽게 떠오른다고 흔한 게 아니다
닻 내림 효과(Anchoring) – 첫인상에 지배 받는 당신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