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주의(Essentialism) – 성급하게 결론짓고 싶을 때, 멈출 필요가 있다

본질주의(Essentialism), 사람과 사물을 변하지 않는 특성으로 보는 생각

 

어떤 사람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 또는 어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저 아이는 원래 머리가 좋은가 봐.” 반대로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저 아이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나 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이나 사물에는 그것을 그것답게 만드는 고유한 본질이 있으며, 그 본질이 겉으로 드러나는 특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본질주의(Essentialism)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사람의 능력이나 성격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까?

 

본질주의란 무엇일까?

 

본질주의는 쉽게 말하면 “어떤 대상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더 근본적인 본질이 있고, 그 본질이 그 대상의 특성을 결정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한 번 거짓말을 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은 거짓말을 했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그 사람은 원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두 번째 생각에는 그 사람에게 ‘거짓말을 잘하는 본질적인 특성’이 있다고 보는 생각이 들어 있다. 본질주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대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어떤 동물은 원래 공격적이고, 어떤 사람은 원래 수학을 잘하며, 어떤 집단은 원래 특정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

 

1. 아이의 능력을 판단할 때

 

어떤 아이가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면 “이 아이는 원래 수학 머리가 있나 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계속 낮은 점수를 받으면 “이 아이는 원래 수학을 못하는 아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능력에는 학습량, 교육 환경, 관심, 경험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두 가지 결과를 보고 그 사람에게 변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고 쉽게 결론지어 버린다면 그 생각은 틀린 것일 수 있다.

 

2. 사람의 성격을 판단할 때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었다. 그러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 사람은 원래 시간 개념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 번의 행동을 그 사람의 고정된 성격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이 이후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3. 특정 집단을 바라볼 때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특정 세대의 사람들을 보고 “그 사람들은 원래 이런 성향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격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개인으로 보기보다 집단 안에 공통된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본질주의적인 사고와 연결될 수 있다.

 

4. 나 자신을 판단할 때

 

본질주의는 다른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원래 영어를 못해.”

“나는 원래 내향적인 사람이야.”

“나는 원래 집중력이 부족해.”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신의 특성을 변하지 않는 본질처럼 받아들이는 생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새로운 경험이나 노력으로 자신이 달라질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게 될 수 있다.

 

왜 이런 심리가 생길까?

 

사람은 복잡한 세상을 빠르게 이해하고 싶어 한다. 사람의 행동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매번 그 원인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복잡한 정보를 간단하게 정리한다.

 

또한 사람이나 사물에 일정한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미래를 예측하기도 쉬워진다.

 

“저 사람은 원래 성실한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성실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즉, 본질주의적인 사고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실제로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만들 수도 있다.

 

본질주의가 만드는 문제

 

– 본질주의적 사고가 지나치면 사람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다.

– 한두 번의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단정한다.

– 특정 집단의 모든 사람을 비슷하게 생각한다.

– 사람의 능력이나 성격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다른 사람의 성장이나 변화를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 자신에게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한계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은 그 사람의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제한해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

 

본질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

 

첫째, 한 가지 행동과 그 사람 전체를 구분하자.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다”와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둘째,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어떤 행동을 봤을 때 성격 때문이라고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 상황이나 환경,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살펴보는 것이다.

 

셋째,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과거에 공부를 못했던 사람이 계속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소극적이었던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넷째, 자신에게 붙인 ‘원래 나는 그래’라는 말도 점검해 보자.

 

“나는 원래 영어를 못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말 능력의 문제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충분히 경험하고 연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질문해 볼 수 있다.

 

글을 마치며

 

본질주의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사람이나 사물에 일정한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복잡한 세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 행동은 하나의 고정된 본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다른 사람을 보며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잠시 멈춰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 보자.

 

“정말 그 사람의 본질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의 상황이 저 사람에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사람을 고정된 모습으로 바라보지 않고 변화할 가능성까지 함께 바라보는 것. 그것이 본질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을 조금 더 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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