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속으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는가?
“이 친구는 너무 편견이 심한 것 같아.”
그런데 정작 나 자신도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 “저런 사람들은 다 비슷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편견은 쉽게 보이는데, 정작 자신의 편견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자신에게도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판단은 다른 사람보다 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편견에 대한 맹점(Bias Blind Spot)이라고 한다.
편견에 대한 맹점이란 무엇일까?
편견에 대한 맹점은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편견은 잘 보이는데, 내 편견은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 감정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판단할 때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판단을 “나는 그냥 사실을 보고 판단한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면 다른 사람이 비슷한 판단을 하면 “저 사람은 편견이 있네.”라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판단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판단에는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
1.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할 때
처음 만난 사람이 말이 별로 없다고 해보자. 친구가 “저 사람은 좀 무뚝뚝한 것 같아.”라고 말하면 우리는 “처음 만난 건데 어떻게 알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나도 그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나랑 잘 안 맞을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친구의 판단은 편견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판단은 단순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 세대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사람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임감이 부족한 것 같아.”라고 말한다면 세대에 대한 편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 역시 나이가 많은 사람을 보며 “저 세대는 새로운 기술을 잘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고정관념은 쉽게 발견하면서 자신의 고정관념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3. 사람의 행동을 다르게 해석할 때
친한 친구가 약속에 늦으면 “무슨 일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면 “역시 저 사람은 시간 개념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같은 행동인데도 상대방에 대한 나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이런 식으로 판단하면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4. 자신의 실수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볼 때
내가 중요한 일을 깜빡했다면 “요즘 너무 바빠서 그랬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같은 실수를 하면 “저 사람은 원래 꼼꼼하지 못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행동에는 상황과 이유를 붙이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문제를 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왜 이런 심리가 생길까?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판단할 때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이유를 알고 있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경험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스스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생각한 거야.”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 뒤에 있는 경험과 상황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며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판단은 상황과 이유를 통해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판단은 성격이나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다.
편견에 대한 맹점이 만드는 문제
편견에 대한 맹점이 강해지면 자신의 판단을 지나치게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다른 사람의 편견은 쉽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편견은 놓친다.
–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다.
– 상대방의 행동을 성격이나 의도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다.
–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확신할수록 자신의 판단을 다시 살펴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편견에 대한 맹점에서 벗어나는 방법
첫째, “나도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편견은 특별히 나쁜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편견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해 보자.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지?”라고도 질문해 보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판단에 실제 근거가 있는지 살펴보자.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말 그 사람의 행동을 충분히 보고 판단한 것일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넷째,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가능성도 살펴보자.
내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이유나 설명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사람은 누구나 편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편견보다 다른 사람의 편견을 훨씬 쉽게 알아차린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판단은 편견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판단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중요한 것은 “나는 편견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편견을 가질 수 있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다음에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은 편견이 너무 심해.”라는 생각이 든다면 잠시 멈춰 보자.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 보자. “나는 같은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지?”
이 질문을 통해 다른 사람의 편견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도 편견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심리학 공부 좀 더 해볼까?
기저율 무시(Base Rate Neglect) – 눈 앞의 정보만 보고 판단하는 당신에게
가용성 폭포(Availability Cascade) – 반복해서 듣다 보면 진짜라고 믿게 된다고?